봄이 왔다는 걸 가장 먼저 알려주는 건 날씨도, 벚꽃도 아닌 바로 식재료다. 마트 진열대에 냉이와 달래가 수북이 쌓이고, 수산 코너에 알 가득한 주꾸미가 등장하면 그때가 진짜 봄이다. 3월은 맛도 영양도 절정에 달하는 제철 식재료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시기다.
제철 식재료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아니다. 겨우내 부족했던 영양소를 보충하고, 나른한 봄철 컨디션을 끌어올려 주는 계절의 보약이다. 봄이 되면 몸의 신진대사(체내에서 에너지를 만들고 소비하는 과정)가 활발해지면서 비타민과 무기질 필요량이 평소보다 크게 늘어난다. 지금 당장 장바구니에 담아야 할 봄 제철 식재료를 한데 정리했다.
봄나물 3대장: 냉이, 달래, 쑥
봄나물의 대표 주자는 냉이, 달래, 쑥 세 가지다. 이 셋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겨우내 지친 몸을 깨운다.
냉이: 봄나물 중 단백질 챔피언
냉이는 봄나물 가운데 단백질 함량이 가장 높다. 100g당 단백질이 약 4.7g 들어 있어, 채소치고는 꽤 많은 양이다. 비타민 A와 C, 칼슘도 풍부해 환절기에 약해지기 쉬운 피부와 점막(몸속 기관의 내벽을 덮는 막)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간 기능을 돕는 효과도 알려져 있어, 피로가 쌓이는 시기에 특히 추천된다.
냉이를 고를 때는 잎이 짙은 녹색이고 뿌리가 하얗게 굵은 것을 고른다. 흙이 묻어 있어도 뿌리가 단단하면 신선한 것이다. 대표 요리는 냉이된장국으로, 뚝배기에 된장을 풀고 냉이를 넣으면 봄 향기가 집 안 가득 퍼진다. 뿌리를 함께 넣는 것이 핵심인데, 향과 영양이 뿌리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달래: 봄철 천연 항생제
달래 특유의 알싸한 맛은 ‘알리신(allicin)’이라는 성분에서 나온다. 마늘의 핵심 성분과 동일한 알리신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흔히 ‘천연 항생제’라고 불린다. 비타민 C도 풍부해 환절기 감기 예방과 피로 회복에 좋고, 칼륨과 철분이 있어 빈혈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달래는 봄철 춘곤증(봄에 오는 졸음과 나른함)을 달래는 데도 제격이다. 주의할 점은 가열하면 알리신이 파괴되기 때문에 가급적 날것으로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간장에 식초와 참기름을 넣어 무치는 달래무침이나 달래장이 가장 간단하고 맛있는 방법이다.
쑥: 봄에 가장 강해지는 식물
“3월의 쑥은 약으로 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쑥은 3월이 절정이다. 이 시기 쑥에는 칼슘, 비타민 A, 비타민 C, 베타카로틴(항산화 작용을 하는 색소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며 면역 세포를 활성화하고, 암 예방에도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쑥은 특유의 향이 강하기 때문에 데쳐서 쓴맛을 한 번 빼주는 것이 좋다. 쑥국, 쑥무침 외에도 쑥을 반죽에 넣어 만드는 쑥전이나 쑥개떡도 봄철 별미다.
바다에서 온 봄 보양식: 주꾸미
주꾸미의 제철은 3월부터 5월까지다. 특히 3~4월은 산란을 앞두고 알을 잔뜩 품은 시기라 맛과 영양이 동시에 최고점에 달한다. 알이 꽉 찬 주꾸미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서 봄 별미로 손꼽힌다.
주꾸미의 가장 큰 영양 특징은 타우린(taurine, 간 기능 보호와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는 아미노산의 일종)이다. 주꾸미 100g당 약 1,300mg의 타우린이 들어 있는데, 이는 오징어나 낙지의 4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연체류 중 최고다. 타우린은 간 해독을 돕고, 콜레스테롤(혈관 건강에 영향을 주는 지방 성분) 생성을 억제해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칼로리는 100g당 52kcal로 낮고 단백질은 높아, 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주꾸미를 고를 때는 몸통이 통통하고 다리의 빨판이 선명한 것을 고른다. 신선한 주꾸미는 눌렀을 때 탄력이 있다. 주꾸미볶음을 만들 때는 오래 볶으면 질겨지므로 센 불에 짧게 익히는 것이 핵심이다.
봄철 비타민 폭탄: 딸기
딸기는 12월부터 시작해 3~4월이 당도와 영양 모두 절정이다. 비타민 C 함량이 특히 높아, 딸기 7~8개만 먹으면 성인의 하루 비타민 C 권장량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 비타민 C는 철분 흡수를 돕고, 콜라겐(피부 탄력을 유지하는 단백질) 합성에 관여해 피부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딸기에는 안토시아닌(anthocyanin, 붉은 색소 성분으로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도 풍부하다. 안토시아닌은 활성산소(세포를 손상시키는 불안정한 산소 분자)를 제거하고 눈 건강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칼로리는 100g당 30kcal 남짓으로 낮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딸기를 고를 때는 꼭지가 싱싱하고 색이 균일하며 끝까지 붉게 익은 것이 잘 익었다는 증거다. 씻을 때는 꼭지를 떼기 전에 씻으면 비타민 C가 물에 녹아 빠져나가니, 꼭지째로 흐르는 물에 신선하게 씻는 것이 좋다.
3월 제철 식재료, 현명하게 고르고 보관하는 법
제철 식재료는 마트보다 전통시장에서 더 신선하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봄나물은 구매 후 하루 이틀 안에 먹는 것이 가장 좋고, 보관이 필요하다면 봉투에 넣기 전 키친타월로 살짝 감싸 냉장 보관하면 수분이 유지된다.
주꾸미는 구매 당일 조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바로 먹지 않는다면 손질 후 소분해 냉동하면 2~3주 보관이 가능하다. 딸기는 씻지 않은 상태로 냉장 보관하고, 먹기 직전에 씻는 것이 신선도를 가장 오래 유지하는 방법이다.
3월의 식탁은 봄이 차려주는 가장 건강한 보약이다. 일주일 장보기 한 번으로 냉이된장국, 달래무침, 주꾸미볶음, 딸기 한 접시가 올라오는 밥상을 만들 수 있다. 마트에 갈 기회가 생기면, 이번 주는 제철 코너에 잠시 멈춰 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