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주문해줘”라고 말하면 AI가 앱을 열고, 메뉴를 고르고, 결제까지 알아서 해준다면 어떨까. SF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 장면이 2026년 3월, 우리 손안의 스마트폰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구글이 삼성 갤럭시 S26 시리즈와 픽셀 10에 탑재한 제미나이 앱 자동화 기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기능의 핵심에는 올해 최대 테크 키워드로 꼽히는 ‘에이전틱 AI’가 있다.
에이전틱 AI가 뭔가요? 비서를 넘어선 AI
에이전틱 AI(Agentic AI)는 사람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판단하고 여러 단계의 작업을 처리하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비유하자면, 기존의 AI가 “물어보면 대답해주는 백과사전”이었다면, 에이전틱 AI는 “시키면 직접 뛰어다니며 일을 처리하는 비서”에 가깝다.
기존 생성형 AI(챗GPT, 제미나이 등)는 질문에 답변하거나 글을 써주는 데 머물렀다. 반면 에이전틱 AI는 목표를 주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스스로 계획하고, 앱을 실행하고, 결과를 확인한다. 2024~2025년이 생성형 AI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시기였다면, 2026년은 AI 기술의 중심축이 ‘생성’에서 ‘행동’으로 이동하는 원년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제미나이 앱 자동화, 실제로 뭘 해주나
구글은 2026년 2월 말 제미나이 앱의 베타 기능으로 스마트폰 자동화 기능을 공개했다. 이 기능의 핵심은 간단하다. 사용자가 자연어(일상 언어)로 요청하면 제미나이가 직접 스마트폰 앱을 조작해 작업을 완료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항까지 우버 불러줘”라고 말하면 제미나이가 우버 앱을 열고, 목적지를 입력하고, 차량을 호출하는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지난번 먹던 메뉴 다시 주문해줘”라고 하면 배달 앱에서 이전 주문 내역을 찾아 재주문까지 처리한다.
현재 자동화 기능을 지원하는 앱은 우버(차량 호출), 도어대시와 그럽허브(음식 배달), 크로거와 월마트(식료품 주문) 등 5개로 출발했다. 아직 숫자는 적지만, 음식 주문, 차량 호출, 장보기 같은 일상에서 자주 반복되는 작업을 중심으로 지원 범위가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 기능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백그라운드 실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제미나이가 앱을 조작하는 동안 사용자는 문자를 보내거나 이메일을 확인하는 등 다른 작업을 계속할 수 있다. 마치 비서가 옆에서 심부름을 하는 동안 내 일을 하는 것과 같다.
내 폰에서 쓰려면? 설정 방법과 지원 기기
이 기능은 현재 삼성 갤럭시 S26 시리즈(2026년 3월 11일 출시)와 구글 픽셀 10, 픽셀 10 Pro, 픽셀 10 Pro XL에서 베타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특히 한국과 미국이 1차 지원 국가에 포함되어 국내 사용자도 바로 체험할 수 있다.
제미나이를 호출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스마트폰 측면 버튼을 길게 누르는 방법이다. 설정에서 ‘유용한 기능 → 측면 버튼 → 길게 누르기 → Google’로 지정하면 된다. 둘째, “헤이 구글”이라고 음성으로 호출하는 방법이다. 설정에서 ‘프로필 → Gemini와 핸즈프리로 대화하기’를 활성화하면 사용할 수 있다.
호출 후에는 원하는 작업을 자연스럽게 말하기만 하면 된다. “오늘 저녁 치킨 주문해줘”, “내일 아침 8시에 택시 예약해줘”처럼 평소 말하듯 요청하면 제미나이가 알아서 처리한다.
보안은 괜찮을까? 알아두면 좋은 주의사항
“AI가 내 앱을 마음대로 조작한다”고 하면 개인정보 걱정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구글은 이 부분에 대해 몇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제미나이의 자동화 기능은 보안이 적용된 가상 창(샌드박스)에서 실행된다. 실제 사용자의 앱 화면을 직접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격리된 환경에서 작업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결제 등 민감한 단계에서는 사용자 확인을 요청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만 알아둘 점도 있다. 구글 공식 안내에 따르면 제미나이 에이전트 기능은 원격 브라우저를 사용해 작업을 완료하며, 이 과정에서 쿠키 정보나 화면 내용이 수집될 수 있다. 또한 ‘내 활동 보관(Keep Activity)’ 기능이 켜져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된 작업은 직접 처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구글은 제미나이 2.5를 역대 가장 안전한 모델로 만들었다고 밝히며, 외부 공격(프롬프트 인젝션 등)에 대한 보호 기능을 강화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핵심 요약과 실생활 활용 팁
에이전틱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에이전틱 AI는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앱을 조작하고 작업을 완료해주는 차세대 AI 기술이다. 둘째, 구글 제미나이 자동화 기능은 갤럭시 S26과 픽셀 10에서 베타로 사용 가능하며 한국도 1차 지원 국가다. 셋째, 현재 차량 호출, 음식 배달, 식료품 주문 등 5개 앱을 지원하고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활용 팁으로는 반복적이고 단순한 작업부터 맡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매일 같은 커피를 주문하거나, 퇴근길 택시를 부르는 것처럼 패턴이 정해진 작업이 가장 효과적이다. 다만 결제 정보나 개인정보가 민감한 작업은 AI가 처리한 결과를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이 진짜 비서가 되어가는 이 변화, 올봄부터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