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사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3월 말부터 5월까지는 한 해 중 이사가 가장 집중되는 시기다. 새 학기, 새 직장, 결혼 등 생활 변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전세 계약도 급증한다. 문제는 이 시기에 전세사기 피해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점이다. 급하게 집을 구하다 보면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들을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마침 2026년 3월, 정부가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새로운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사후 구제’에서 ‘사전 예방’으로의 전환이다. 지금 전세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달라진 제도와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2026년 전세사기 방지, 무엇이 달라졌나
가장 큰 변화는 임차인(세입자)의 대항력(임대인이 바뀌어도 계약을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권리) 발생 시점이다. 기존에는 전입신고를 하면 다음 날 0시부터 대항력이 생겼다. 이 하루의 빈틈을 악용해 임대인이 전입신고 당일에 근저당(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설정하는 권리)을 설정하는 사기 수법이 횡행했다.
2026년 3월 10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전입신고 처리 시점에 즉시 대항력이 발생한다. 하루의 공백이 사라지는 셈이다. 개정안은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시행 전이라도 계약 시 이 점을 인지하고 대비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 변화는 안심전세 앱의 출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운영하는 이 앱은 2026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등기부등본, 확정일자, 전입 가구 현황, 세금 체납 여부, 선순위 권리자 정보까지 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하나씩 조회하던 불편함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세 번째는 공인중개사의 설명 의무 강화다. 중개사는 선순위 보증금, 체납 정보, 신탁 여부 등을 직접 확인하고 세입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상향되고 영업정지까지 받을 수 있다.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5가지
제도가 바뀌더라도 세입자 스스로 확인하는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전세 계약을 맺기 전, 다음 다섯 가지는 꼭 점검하자.
첫째, 등기부등본 확인이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직접 열람할 수 있다. 표제부에서는 주소와 면적이 계약서와 일치하는지, 갑구에서는 가압류나 경매개시결정 같은 위험 신호가 없는지, 을구에서는 근저당 설정 금액이 얼마인지를 확인한다. 등기부등본은 계약 당일에도 한 번 더 떼어보는 것이 안전하다. 계약 직전 새로운 권리가 설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임대인 본인 확인이다. 등기부등본의 소유자와 계약 상대방이 같은 사람인지 신분증으로 대조해야 한다. 대리인이 나왔다면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반드시 요구하자.
셋째, 시세 대비 보증금 비율 확인이다.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의 70%를 넘는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보증금이 시세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집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그만큼 크다.
넷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가능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다. 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 등에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면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보증기관이 대신 지급한다. 다만 가입 조건이 있다. HUG 기준으로 선순위 채권과 전세보증금의 합이 주택가격의 90% 이내여야 한다. 보증료는 보증금 2억 원 기준 연간 약 23만~31만 원 수준이다. 계약금을 보내기 전에 가입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다섯째, 건축물대장 확인이다. 해당 건물이 불법건축물은 아닌지, 용도가 주거용으로 되어 있는지 점검한다. 불법건축물에 전세 계약을 하면 전입신고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고, 보증보험 가입도 거절당할 수 있다.
계약 당일과 이후, 놓치기 쉬운 실수
계약 내용에 문제가 없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계약 당일과 입주 후에도 챙겨야 할 것들이 있다.
잔금을 치르기 전, 등기부등본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계약일과 잔금일 사이에 새로운 근저당이나 가압류가 설정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임대인이 잔금일 전까지 기존 근저당을 말소하겠다고 약속한 경우, 실제 말소 여부를 확인한 뒤에 송금해야 한다.
입주 당일에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동시에 받는 것이 원칙이다. 전입신고는 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는 주민센터 또는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받을 수 있다. 확정일자는 보증금에 대한 우선변제권(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을 확보하는 핵심 장치다. 입주 후 미루지 말고 바로 처리하자.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계약 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에 가입해야 한다. 2년 계약이라면 입주 후 1년 이내에 가입을 마쳐야 한다는 뜻이다. 가입 시기를 놓치면 보증 자체가 불가능해지니, 입주 초기에 바로 신청하는 것이 좋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안전한 전세 계약을 위한 핵심 정리
봄 이사철에는 마음이 급해지기 마련이다. 좋은 매물이 금방 나간다는 말에 서두르고 싶어지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대부분은 바로 이 조급함 때문에 확인 절차를 생략했다고 말한다.
핵심을 정리하면 이렇다. 등기부등본은 계약 전과 잔금 전, 최소 두 번 확인한다. 임대인 본인 여부를 신분증으로 대조한다. 보증금이 시세 대비 적정한지 따져본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가능 여부를 계약 전에 알아본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입주 당일 바로 처리한다.
2026년 달라진 제도들이 세입자 보호를 한층 강화하고 있지만, 가장 확실한 보호막은 결국 본인의 꼼꼼한 확인이다. 이번 봄, 새 보금자리를 찾는 분들이 안전하고 걱정 없는 전세 계약을 맺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