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나 시장에 가면 요즘 유독 눈에 띄는 코너가 있다. 초록빛 봄나물이 한가득 쌓인 진열대다. 냉이, 달래, 쑥, 두릅, 미나리. 이름은 익숙한데, 막상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어떤 효능이 있는지,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봄나물은 3월 말부터 4월 초가 가장 맛있고 영양도 풍부한 황금 시즌이다. 일 년 중 지금 이때만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자연의 보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봄, 봄나물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이 글 하나로 충분하다.
봄나물, 왜 지금 먹어야 할까
봄나물이 몸에 좋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이 중요할까. 봄나물은 겨우내 얼었던 땅을 뚫고 올라오면서 비타민과 무기질을 고농도로 품는다. 특히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에 채취한 봄나물은 잎이 부드럽고 향이 가장 진하다. 시기가 지나면 줄기가 질겨지고 쓴맛이 강해진다.
봄나물에는 비타민 A, B군, C가 풍부하고 칼슘, 철분, 칼륨 같은 무기질도 많다. 봄철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시기에 천연 영양 보충제 역할을 한다. 환절기에 일교차가 크면 몸이 스트레스를 받는데, 봄나물의 항산화 성분이 이를 완화해 준다. 요즘 식품 트렌드에서 자주 언급되는 ‘편리미엄'(편리함과 프리미엄의 합성어) 흐름 속에서도 봄나물은 특별하다. 손질만 잘하면 간단한 조리로도 고급스러운 한 끼가 된다.
대표 봄나물 5가지, 효능 한눈에 보기
봄나물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뭘 사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 대표적인 다섯 가지부터 시작해 보자.
냉이는 봄나물의 대표 주자다. 단백질 함량이 채소치고 높은 편이고, 비타민 A와 C가 풍부하다. 간 기능을 돕는 성분이 있어 예로부터 해독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특유의 구수한 향은 된장국이나 된장찌개에 넣으면 감칠맛을 확 끌어올린다.
달래는 톡 쏘는 매운맛이 특징이다. 이 맛을 내는 ‘알리신’이라는 성분은 살균 작용을 하고, 혈액 순환을 돕는다. 빈혈 예방에도 좋아서 여성에게 특히 추천되는 봄나물이다. 간장 양념장에 송송 썰어 넣으면 그 자체로 훌륭한 밥반찬이 된다.
쑥은 따뜻한 성질을 가진 대표적인 약초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소화를 돕는다. 비타민 A 함량이 높아 눈 건강에도 이롭다. 쑥떡이나 쑥국으로 많이 먹지만, 살짝 데쳐서 나물 무침으로 먹어도 향긋하다.
두릅은 ‘산에서 나는 고기’라는 별명을 가진 봄나물이다. 단백질과 사포닌(인삼 등에 들어 있는 건강 성분)이 풍부해 피로 회복에 좋다.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먹는 법이다. 다만 미량의 독성 성분이 있으므로 반드시 끓는 물에 데친 후 먹어야 한다.
미나리는 해독 작용이 뛰어난 봄나물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건강에 도움을 주고, 칼륨이 많아 나트륨 배출을 돕는다. 국밥이나 전골에 넣어 먹으면 느끼함을 잡아주고, 생으로 먹으면 아삭한 식감이 좋다.
신선한 봄나물 고르는 법과 보관 꿀팁
봄나물은 신선도가 맛의 80%를 좌우한다. 고르는 법만 알아도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냉이는 잎이 작고 여린 것이 좋다. 뿌리가 너무 단단하지 않고 촉촉한 느낌이 나는 것을 고르자. 뿌리에서 흙 냄새가 나는 것은 갓 캔 신선한 냉이라는 증거다. 달래는 잎이 진한 녹색이고 뿌리가 둥글고 매끄러운 것이 상품이다. 알뿌리가 통통할수록 맛이 강하다. 쑥은 줄기가 짧고 잎이 연한 것을 골라야 질기지 않다. 진한 녹색보다 약간 연두빛이 도는 것이 어린 쑥이다. 두릅은 순이 너무 길지 않고 단단하게 오므라져 있는 것이 신선하다. 미나리는 줄기가 가늘고 잎이 선명한 녹색인 것을 선택하면 된다.
보관할 때는 한 가지 원칙만 기억하면 된다. 씻지 않은 상태로 보관하는 것이다. 봄나물은 물기가 닿으면 빠르게 무르기 때문에, 신문지나 키친타월로 감싸서 비닐 팩에 넣어 냉장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렇게 하면 2~3일은 싱싱하게 유지된다. 냉이나 쑥처럼 오래 보관하고 싶은 경우에는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30초 정도 살짝 데친 뒤, 물기를 꼭 짜서 밀폐 용기에 담아 냉동하면 한 달 이상 보관이 가능하다.
요리 초보도 가능한 봄나물 간단 레시피 3가지
봄나물 요리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복잡한 양념 없이도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는 간단한 레시피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냉이 된장국이다. 멸치 육수를 끓인 뒤 된장 한 큰술을 풀고, 손질한 냉이를 넣어 2~3분만 끓이면 완성이다. 두부를 함께 넣으면 단백질까지 챙길 수 있다. 핵심은 냉이를 너무 오래 끓이지 않는 것이다. 오래 끓이면 향이 날아간다.
두 번째는 달래 간장 양념장이다. 달래를 송송 썰어 간장 3큰술, 고춧가루 반 큰술, 참기름 한 큰술, 깨소금을 넣고 섞으면 끝이다. 밥 위에 올려 비벼 먹으면 봄 향 가득한 한 끼가 된다. 두부나 계란채 위에 얹어 먹어도 궁합이 좋다.
세 번째는 봄나물 비빔밥이다. 냉이, 달래, 미나리, 쑥 등 여러 봄나물을 살짝 데쳐서 참기름과 소금으로 무친 뒤 밥 위에 올린다. 고추장 한 큰술을 넣고 비비면 영양 균형이 잡힌 건강한 한 그릇 완성이다. 요즘 ‘혼웰식'(혼자 먹는 웰니스 식사) 트렌드에도 딱 맞는 메뉴다.
봄나물, 이것만은 주의하자
봄나물을 먹을 때 꼭 기억해야 할 주의사항이 있다. 두릅, 원추리, 다래순 같은 나물은 미량의 독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반드시 끓는 물에 충분히 데친 후 먹어야 한다. 생으로 먹으면 복통이나 구토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야생에서 직접 채취한 봄나물은 독초와 외형이 비슷한 경우가 있으니,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시장이나 마트에서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봄나물을 데칠 때는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으면 색이 선명하게 유지되고 비타민 C 파괴를 줄일 수 있다. 데치는 시간은 30초에서 길어도 1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데친 직후 바로 찬물에 헹궈야 식감이 살아난다.
봄나물의 제철은 짧다.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가 가장 맛있는 시기다. 이 시기를 놓치면 다음 봄까지 기다려야 한다. 올해는 마트에서 봄나물을 지나치지 말고 한 봉지만 집어 보자. 된장국 하나, 비빔밥 한 그릇이면 봄을 온전히 식탁 위에 올릴 수 있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봄나물로 건강한 봄을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