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첫날, 근로계약서를 내밀며 “여기 서명하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내용을 제대로 읽지 않고 사인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월급이 생각과 다르거나, 야근 수당이 없거나, 퇴사할 때 “위약금을 내라”는 말을 듣고서야 계약서를 다시 꺼내 보게 됩니다. 이 글은 근로계약서 쓸 때 반드시 확인할 필수 항목을 법이 정한 기준대로 짚고, 서명 전에 걸러내야 할 함정 조항까지 체크리스트로 정리합니다.
근로계약서는 “사장님이 주는 서류”가 아니라 법이 정한 의무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근로계약서는 회사의 선의가 아니라 근로기준법 제17조가 사용자에게 강제하는 의무입니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맺을 때 임금·근로시간·휴일·연차 등 핵심 근로조건을 명시해야 하고, 그중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는 서면(전자문서 포함)으로 적어서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합니다. 작성만 하고 회사가 보관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근로자 손에 한 부가 들어와야 의무를 다한 것입니다.
이를 어기면 근로기준법 제114조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사처벌)이 부과됩니다. 계약직·아르바이트 같은 기간제·단시간 근로자는 기간제법 제17조가 별도로 적용되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입니다. 비유하자면 근로계약서는 전세 계약서와 같습니다. 임대차에서 계약서 없이 보증금을 맡기는 사람은 없듯이, 내 노동력과 시간을 맡기는 계약에서도 조건이 문서로 남아야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내 편이 되어 줍니다. 임대차 계약 전 확인 사항을 정리한 임대차 계약서 쓰기 전 꼭 확인할 5가지와 같은 논리입니다.
중요한 포인트 하나. 이 의무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연차휴가나 연장근로 가산수당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지만, 근로계약서 작성·교부, 최저임금, 주휴수당, 퇴직금은 사업장 규모와 상관없이 적용됩니다. “우리는 작은 가게라 계약서 안 써도 된다”는 말은 틀린 말입니다.
근로계약서 필수 항목 6가지 — 빠지면 안 되는 것
근로기준법 제17조와 시행령 제8조가 정한 명시 사항을 실무에서 확인하기 쉬운 순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임금 —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이 모두 있어야 합니다
“월 250만 원”이라고만 적힌 계약서는 절반짜리입니다. 법은 임금의 구성항목(기본급·식대·직책수당 등), 계산방법(월급제인지 시급제인지, 주 몇 시간 기준인지), 지급방법(지급일·계좌이체 여부)을 모두 적도록 요구합니다. 특히 기본급이 얼마인지가 따로 표시되어 있어야 연장수당·퇴직금·실업급여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과 평균임금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기본급이 보이지 않으면 나중에 퇴직금 계산에서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2. 소정근로시간 — 시작·종료 시각과 휴게시간
하루 몇 시간, 주 몇 시간 일하는지와 함께 출근·퇴근 시각, 휴게시간이 적혀 있어야 합니다. 법정 기준은 1일 8시간·주 40시간이고, 4시간 근무마다 30분 이상(8시간이면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이 근로시간 도중에 보장되어야 합니다. “휴게시간 1시간”이라고만 쓰고 실제로는 점심을 먹으며 전화를 받아야 한다면 그건 휴게가 아니라 근로시간입니다.
3. 휴일 — 주휴일과 공휴일
주휴일(1주 소정근로일을 개근하면 주어지는 유급 휴일)이 무슨 요일인지 적혀 있어야 합니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아르바이트도 주휴수당 대상입니다. 공휴일 유급 적용은 5인 이상 사업장이면 법정 의무이므로, 계약서에 “공휴일은 무급”이라고 써 있다면 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4. 연차유급휴가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연차 발생 기준이 계약서 또는 취업규칙에 명시되어야 합니다. 1년 미만은 매월 개근 시 1일, 1년 이상은 80% 이상 출근 시 15일이 법정 최소선입니다. 자세한 발생 기준과 수당 계산은 연차휴가 발생 기준과 수당 계산 총정리에서 다뤘습니다. 계약서에 “연차는 회사 사정에 따라 부여”처럼 두루뭉술하게 적혀 있다면, 법정 기준 이하로는 줄일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5. 취업 장소와 담당 업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가 적혀 있어야 합니다. 이 항목이 비어 있으면 입사 후 전혀 다른 지역·직무로 발령이 나도 다투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회사가 필요에 따라 근무지·직무를 변경할 수 있다”는 포괄 조항이 있다면 어느 범위까지인지 물어보고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6. 계약기간 (계약직·아르바이트라면 필수)
기간제·단시간 근로자는 기간제법 제17조에 따라 근로계약기간과 근로일·근로일별 근로시간이 추가로 서면 명시되어야 합니다. 계약기간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으로 봅니다. 기간제 근로자는 2년을 초과해 사용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서명 전에 걸러야 할 함정 조항 5가지
필수 항목이 다 있어도 안심하긴 이릅니다. 실제 분쟁은 아래 조항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① “수습기간 급여는 최저임금의 90%” — 합법일 수도, 불법일 수도 있습니다. 최저임금법상 수습 감액은 (1) 근로계약기간이 1년 이상이고, (2) 수습 시작 후 3개월 이내이며, (3) 단순노무 업무(배달·청소·경비·주유·단순 포장 등 한국표준직업분류 대분류 9)가 아닐 때만 가능합니다. 셋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수습이라도 최저임금 100%를 줘야 합니다. 1년짜리가 아닌 6개월 계약직인데 90%를 준다면 위법입니다.
② “월급에 연장·야간·휴일수당이 모두 포함됨”(포괄임금) — 포괄임금 자체가 금지되는 건 아니지만, 법원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무이고, 기본급과 각 수당이 구분되어 있으며, 근로자가 명확히 동의했을 때만 효력을 인정하는 경향입니다. “연장근로 월 ○시간분 ○○원 포함”처럼 시간과 금액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야 하고, 그 시간을 넘긴 초과 근무에는 별도 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시간도 금액도 없이 “모든 수당 포함”이라고만 쓰여 있다면 되물어야 합니다.
③ “중도 퇴사 시 위약금 ○○만 원” / “교육비 반환” — 근로기준법 제20조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런 조항은 적혀 있어도 무효입니다. 다만 회사가 실제로 지출한 연수비를 일정 기간 근속하지 않으면 반환하기로 한 약정은 예외적으로 유효하다고 본 판례가 있으므로, “교육비 반환” 조항은 금액과 기간이 합리적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④ “퇴사 시 ○개월 전 통보, 미이행 시 급여 미지급” — 퇴사 예고 기간을 정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이를 어겼다고 이미 일한 기간의 임금을 주지 않는 것은 임금체불입니다. 임금은 일한 만큼 전액 지급이 원칙이고, 퇴직 후 14일 이내에 지급되어야 합니다.
⑤ “이 계약서는 회사가 보관한다” — 앞서 말한 대로 교부 의무 위반입니다. 종이든 PDF든 내 몫 한 부를 반드시 받아서 보관하세요. 사진으로 찍어 클라우드에 올려 두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실업급여 신청이나 임금체불 진정 때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계약서를 안 주거나 내용이 다를 때 대처 순서
먼저 서면으로 요청합니다. 카톡·이메일로 “근로계약서 교부 부탁드립니다”라고 남기면 요청 사실이 기록으로 남습니다. 그래도 주지 않으면 고용노동부 노동포털(labor.moel.go.kr) 또는 사업장 관할 노동청에 진정을 넣을 수 있고, 전화 상담은 국번 없이 1350입니다. 계약서 없이 일하고 있더라도 근로관계 자체는 구두로도 성립하므로, 출퇴근 기록·급여 이체 내역·업무 지시 메시지를 모아 두면 근로조건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 내용이 처음 구두로 약속한 것과 다르다면 서명 전에 바로잡아야 합니다. 서명 후에는 “계약서와 다르게 들었다”는 주장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근로기준법 제19조는 명시된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를 경우 근로자가 즉시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 2026년 9월 기준 수치 (변경 시 업데이트)
- 최저임금: 시급 10,320원 (2026년 1월 1일~12월 31일 적용). 주 40시간·월 209시간 기준 월 환산액 2,156,880원. 계약서의 임금이 이보다 낮으면 그 부분은 무효이고 최저임금으로 대체됩니다.
- 수습 감액 한도: 최저임금의 10% (시급 9,288원까지). 위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할 때만 가능.
- 미작성·미교부 제재: 정규직 500만 원 이하 벌금(근로기준법 제114조), 기간제·단시간 500만 원 이하 과태료(기간제법 제24조).
- 표준근로계약서 양식: 고용노동부 홈페이지(moel.go.kr)에서 정규직·기간제·단시간·청소년용 등 유형별 서식 무료 배포.
서명 전 30초 체크리스트
- ☐ 기본급이 따로 표시되어 있고, 최저임금(시급 환산) 이상인가
- ☐ 출퇴근 시각·휴게시간·주 소정근로시간이 숫자로 적혀 있는가
- ☐ 주휴일 요일과 연차 발생 기준이 있는가
- ☐ 근무 장소와 담당 업무가 구체적인가
- ☐ (계약직·알바) 계약기간과 근로일별 근로시간이 있는가
- ☐ 수습 감액이 있다면 1년 이상 계약·3개월 이내·비단순노무 조건을 충족하는가
- ☐ 포괄임금이라면 연장근로 시간과 금액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가
- ☐ 위약금·손해배상 예정·급여 미지급 조항이 없는가
- ☐ 서명한 계약서 한 부를 내가 받았는가
근로계약서는 입사 후 겪게 될 연차, 퇴직금, 실업급여의 출발점입니다. 이 클러스터의 다른 글도 함께 보면 일하는 동안 챙길 권리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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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출처: 근로기준법 제17조·제19조·제20조·제114조,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8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7조·제24조, 최저임금법 제5조 및 시행령 제3조,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easylaw.go.kr) 근로계약·최저임금 항목, 고용노동부(moel.go.kr) 표준근로계약서. 개별 사안은 노무사 또는 고용노동부 상담(1350)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4의 “근로계약서 쓸 때 확인할 필수 항목 6가지 — 서명 전 체크리스트”에 대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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